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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 줄거리,세계관과 연출,평가와 개인적인 여운

by 라파닛시 2025. 11. 25.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엄태화 감독이 연출한 2023년 재난, 스릴러로 웹툰 〈유쾌한 왕따〉 일부를 영화화한 작품입니다. 거대한 지진 이후 서울이 폐허가 되고, 기적처럼 멀쩡히 남은 황궁아파트 한 동에서 벌어지는 생존기를 다룹니다. 이병헌, 박서준, 박보영 같은 대 배우들이 나오며 한국형 재난 영화라기보단 재난 이후 인간 군상을 까뒤집는 블랙 코미디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 줄거리

줄거리 – 살아남은 자들의 아파트, 누구 것인가

도시 전체가 무너진 뒤, 황궁아파트만이 기적처럼 서 있습니다. 공무원 민성(박서준)과 간호사 명화(박보영)는 겨우 살아남지만, 식량, 난방, 안전 문제로 주민들 사이의 긴장은 점점 높아집니다. 어느 날 화재가 났을 때 몸을 던져 불을 끈 영탁(이병헌)이 “해결사”처럼 떠오르고, 주민들은 그를 대표로 추대합니다. 그때부터 영탁은 외부 생존자들을 “외부인”이라 부르며 강제로 내쫓자는 규칙을 밀어붙이고, 황궁아파트는 금세 작은 전체주의 사회로 굳어가기 시작합니다. 안전과 질서라는 명분 아래 경비조는 약탈과 폭력을 저지르고, 입주민들은 점점 잔혹해지는 결정들을 “우리 가족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 스스로를 설득시킵니다.

인물과 연기 – 영웅과 악인의 경계

이병헌이 연기한 영탁은 이 영화의 중심축 역할을 합니다. 처음엔 “결단력 있는 리더”처럼 보이지만, 뒤로 갈수록 그의 과거와 정체가 드러나면서 캐릭터가 완전히 뒤집히기 시작합니다. 평론에서는 “이병헌 연기의 종합 선물 세트”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선량함과 광기를 오가는 얼굴이 정말 공포스럽습니다. 민성은 처음엔 착한 공무원, 착한 가장의 얼굴을 하고 있다가 영탁 옆에서 일을 거들며 서서히 경계선을 넘습니다. 박서준이 보여주는 어정쩡한 눈빛과 주저하는 말투가 현실적인 불편함을 만들어 냅니다. 명화는 끝까지 인간다움을 놓지 않으려는 인물인데, 박보영 특유의 따뜻한 이미지 덕분에, 관객들에게 그래도 끝까지 희망을 놓고 싶지 않다는 감정이 들게끔 만들어 줍니다.

세계관과 연출

세계관과 연출 – 재난보다 더 무서운 건 사람

엄태화 감독은 도심이 무너지는 재난 장면도 보여주지만, 정작 영화의 대부분을 황궁아파트 내부에 가둡니다. 회의실, 복도, 계단, 옥상 같은 폐쇄된 공간 안에서 카메라 위치와 구도를 조금씩 비틀면서 긴장을 유발하죠. 그래서 이 작품은 거대한 재난 블록버스터라기보다는, 커다란 세트 안에서 벌어지는 사회 실험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해외 리뷰에선 J.G. 발라드의 〈하이-라이즈〉, 〈기생충〉, 〈설국열차〉를 같이 떠올리게 하는 계급극이라는 언급도 있었습니다. 아파트라는 공간 안에서 소유와 계층, 님비(NIMBY) 심리가 점점 증폭되는 모습이, 솔직히 말해 너무 익숙해서 더 불편하게 다가오기도 합니다. 영화를 보며 황궁 아파트 사람을 욕하다가도, 문득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의 어떤 모습들이 같이 떠오르면서 우리 현실 사회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끔 만들어 줍니다.

사회적 풍자 – 주거, 계급, ‘우리만 안전하면 된다’는 마음

해외 기사들에서는 이 영화를 주거, 계급 문제에 대한 풍자로 읽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마지막까지 남은 단 하나의 아파트에 “아파트는 주민의 것”이라는 구호가 붙는 순간, 안과 밖은 곧바로 ‘가지고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으로 나뉘기 때문입니다. 영탁의 선동은 놀랍도록 익숙합니다. “밖은 지옥이다”, “우리가 조금만 양보하면 다 같이 죽는다” 같은 말들로 두려움을 자극하면, 사람들은 생각보다 쉽게 잔혹한 선택을 받아들이게끔 만듭니다. 영화 속 주민들이 외부인을 벌레 취급하며 몰아낼 때, 저도모르게 실제 뉴스에서 봤던 재개발 갈등, 임대아파트 논쟁 같은 키워드들이 머릿속을 스쳐갔습니다. 그게 이 영화가 오래 여운이 남는 이유가 아닌가 싶습니다.

평가와 개인적인 여운

평가와 개인적인 여운 – 유토피아가 끝난 자리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로튼토마토에서 한때 100% 호평을 기록했고, 토론토·시체스 등 해외 영화제에도 초청되며 국제적으로도 좋은 반응을 얻었습니다. 한국에서는 청룡영화상에서 감독상·남우주연상을 받으며 상업성과 작품성을 동시에 인정받았고, 아카데미 국제장편영화 부문 한국 대표로 선정되기도 했죠. 다만 결말부 전개가 다소 급하고, 몇몇 인물들의 선택이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다는 아쉬운 평가도 꽤 있었습니다. 저도 극장에서 나오면서 “조금만 더 숨 고를 시간을 줬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럼에도 마지막에 비 한 줄기 떨어지는 폐허 위 풍경, 그리고 비틀거리며 걸어가는 명화의 뒷모습은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세상이 무너진 뒤에도 누군가는 여전히 서로를 돌보려 할까, 아니면 또 다른 황궁아파트를 만들까. 엔딩 크레딧이 다 올라간 뒤 집으로 돌아와 엘리베이터를 타는 순간, 콘크리트 벽이 살짝 낯설게 느껴진다면, 아마 그게 이 영화가 관객에게 남기고 간 작은 ‘금’일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