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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서브스턴스 줄거리, 연출과 분위기, 개인적인 감상

by 라파닛시 2025. 11. 26.

극장에서 놓쳤던 영화 [서브스턴스]를 VOD로 뒤늦게 보게 되었습니다. 처음엔 그냥 다른 영화들처럼 ‘몸이 기괴하게 변하는 잔인한 공포겠지’ 정도로 생각하고, 컵라면에 김치 올려서 딱 한 입 먹은 다음 재생을 눌렀는데… 결국 영화를 집중해서 보느라 면이 다 불었습니다. 기괴한 장면 때문이라기보단, 나이 들고 늙어가는 몸을 이렇게까지 집요하게 들여다보는 영화일 줄은 몰라서 좀 멍했습니다.

영화 서브스턴스 줄거리

줄거리 요약: ‘젊은 나’ 와 ’지금의 나‘ 를 번갈아 사는 계약

주인공 엘리자베스는 한때 TV를 씹어 먹던 에어로빅 스타입니다. 한 때는 레오타드를 입고 화면 한가운데 서 있던 사람이, 지금은 제작진에게 ‘이제 당신 몸으론 힘들다’ 는 소리를 정면으로 들을 정도로 방송계에선 나이든 퇴물 취급을 당합니다. 박수 받던 무대가 하루아침에 퇴출 통보 자리로 바뀌는 장면이 꽤 잔인하게 느껴집니다. 이때 엘리자베스 귀에 들어오는 게 바로 비밀 시술 ‘서브스턴스’ 입니다. 일주일은 새로 만들어진 젊은 ‘나’로 살고, 또 다른 일주일은 지금의 나로 살면 된다는 어쩐지 그럴싸해 보이는 제안. 엘리자베스는 결국 서브스턴스 약물에 손을 데고 맙니다.

 

인물과 연기: 몸을 통째로 던진 배우들
시술 이후 등장하는 ‘젊은 나’ 인 수는 겉으로 보면 완벽합니다. 군살 하나 없고, 피부는 탱탱하고, 카메라도 제작진도, 시청자들 모두 그녀만을 사랑합니다. 하지만 그 안에 들어 있는 건 결국 엘리자베스의 욕망과 열등감, 그리고 공포입니다. 겉모습은 새 상품이지만, 영혼은 기존 재고 사용 중인 느낌입니다. 웃는 얼굴인데 자꾸 어딘가 비어 있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반대로, 원래의 엘리자베스는 점점 구석으로 밀려나게 됩니다. 회사에서도, 집에서도, 심지어 자기 인생의 주인공 자리에서도 쫓겨난 느낌을 받습니다. 데미 무어는 이러한 연출을 몸을 통해 보여줍니다. 화장기 거의 없는 얼굴, 자연광 아래 그대로 드러나는 주름, 애써 허리를 펴고 서 있는 몸의 긴장. 영화가 잔인한 건 그 몸 자체보다, 그 몸을 대하는 주변 사람들의 태도입니다. 아무렇지 않게 “옛날에는 예뻤는데”라고 말하는 사람들. 엘리바세스에겐 그 말 한마디가 칼처럼 가슴 깊숙이 박히는 기분이었을 것입니다.

연출과 분위기

연출과 분위기: 징그러운데, 너무 이해돼서 더 싫다

연출은 꽤나 노골적입니다. 살이 찢어지고, 근육이 뒤틀리고, 점액 같은 게 화면을 가득 채우는 장면이 계속해서 나옵니다. 이런 쪽에 약한 사람이라면 솔직히 감사하기 힘들 수도 있습니다. 다만, 단순히 징그럽다에서 멈추지 않고, 나이 들고 망가지는 몸을 견디기 힘들어하는 마음이 느껴진다는 점이 이 영화의 핵심입니다. 영화를 보다가 중간에 잠깐 멈추고 화장실에 갔다가, 거울 앞에서 나도 모르게 내 얼굴을 훑어봤습니다. “아 여기도 주름 늘었네…” 라고 속으로 중얼거렸다가, 그 다음에 자동으로 따라붙은 생각이 문제였습니다. “이거 어떻게 좀 안 되나.” 그 순간 영화 속 인물들하고 내가 별로 다르지 않다는 느낌이 확 와 닿아 소름이 돋았습니다.

개인적인 감상

개인적인 감상: 스스로 만든 지옥에 자기가 빠지는 이야기

[서브스턴스]가 흥미로운 건, 결국 이 모든 지옥의 마지막 한 걸음은 엘리자베스 본인이 내디뎠다는 점입니다. 물론 사회가 등을 떠밀어 준 것에 가깝습니다. “나이 든 여자에겐 자리가 없다”는 메시지가 대놓고 박혀 있으니까요. 하지만 그 압박을 자기 내면으로 끌어들여서, 결국 자기 자신을 갈가리 찢어 먹는 건 본인입니다. 그래서 후반부로 갈수록 공포와 연민이 같이 밀려옵니다. 
영화가 완벽하게 정제된 작품이라고 보긴 어렵습니다. 중반 이후 조금 늘어지는 구간도 있고, 은유를 너무 반복해서 메시지가 직설적으로 느껴지는 지점도 있습니다. 그래도 몇몇 이미지는 진짜 기억에 오래 남습니다. 거의 괴물에 가까운 모습으로 변해 버린 ‘새로운 나’가 화면 한가운데 서 있을 때, 그게 그냥 괴수 영화의 몬스터가 아니라 우리 시대가 숭배해 온 이상적인 몸의 화신처럼 느껴집니다. 그래서 괜히 더 불편하게 느껴진 것 같습니다.
정리하자면, 기분 좋아지려고 볼 영화는 절대 아닙니다. 다만 거울 앞에서 “나 왜 이렇게 늙었지”라는 말을 습관처럼 뱉어 본 적 있다면, 한 번쯤은 마주쳐 볼 만한 작품입니다. 저도 이걸 다시 볼 용기가 있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대신 다음에 또 괜히 내 얼굴 흠잡기 시작할 때, 이 영화의 몇 장면이 불쑥 떠오를 것 같긴 합니다. 그 정도면, 영화로서 할 일은 제대로 한 셈 아닐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