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류승완 감독의 [밀수] 는 1970년대 서해안 가상의 도시 ‘군천’을 배경으로, 해녀들이 생계를 위해 밀수판에 뛰어드는 범죄 오락 영화입니다. 김혜수와 염정아가 각각 승부사 조춘자, 마을 해녀 리더 엄진숙을 맡고, 조인성·박정민·고민시 등이 합류한 여성 중심 하이스트물이라는 점에서 개봉 전부터 꽤 화제가 되었습니다. 129분 러닝타임에 액션, 코미디, 멜로, 누아르까지 다 섞어 넣은, 말 그대로 “여름 대작” 포지션의 영화입니다.
영화 밀수 줄거리
줄거리 – 공장 폐수와 함께 밀려온 또 다른 ‘일자리’
평화롭던 군천 앞바다에 화학 공장이 들어서면서, 해녀들의 삶은 순식간에 막다른 길로 몰립니다. 물질해도 건져 올릴 건 오염된 폐어뿐. 그때 바다에 던져놓은 물건만 건져 올리면 된다는 제안을 들고 밀수 브로커가 찾아옵니다. 진숙은 위험한 일임을 알면서도 가족과 동료들을 위해 결심하고, 해녀들은 밤마다 밀수품을 끌어올리며 잠깐의 호황을 누립니다. 하지만 더 큰 돈을 좇아 일을 키운 끝에 세관 단속에 걸리면서 판이 한 번 뒤집히고, 몇몇은 감옥으로, 몇몇은 도망치며 뿔뿔이 흩어지게 됩니다.
인물과 연기 – 거침없는 춘자 vs 묵직한 진숙
이 영화의 제일 큰 재미는 역시 김혜수와 염정아의 투톱 연기입니다. 춘자는 말 그대로 ‘판을 벌이는 사람’ 입니다. 요령 좋고, 기회를 잡는 손도 빨라서 처음부터 끝까지 밀수판을 키우는 인물로 나옵니다. 반면 진숙은 배 선장의 딸로, 책임감과 죄책감을 동시에 짊어진 인물로 그려집니다. 염정아는 분노와 체념이 번갈아 스치는 얼굴로, 해녀들의 리더이자 한 집안의 가장인 여자를 설득력 있게 잡아냅니다. 조인성이 연기한 전국구 밀수왕 권 상사, 박정민의 장도리, 고민시의 옥분 같은 주변 인물들도 각자 색깔이 뚜렷해, 군천이라는 동네가 그 당시 실제 있었던 일을 느끼는 것처럼 생동감이 느껴집니다.
영화 연출
연출과 액션 – 물속·갑판·골목을 가리지 않는 ‘류승완식’ 쇼
류승완 감독답게 액션 연출이 꽤 공들여진 게 느껴집니다. 바다 밑에서 밀수품을 끌어올리는 수중 시퀀스, 파도 치는 갑판 위 난투극, 군천 골목에서 벌어지는 추격전까지. 공간이 계속 바뀌는데도 동선이 잘 보여서 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70년대 패션과 음악, 디테일한 소품도 눈에 많이 들어옵니다. 나팔바지·디스코룩을 입고 술집을 휘젓고 다니는 해녀 언니들을 보다 보면, 역사물이라기보다 일종의 ‘시대극 활극’에 가깝게 느껴집니다.
주제와 톤 – 생존의 이야기인데, 이상하게도 경쾌하다
내용만 뜯어 놓고 보면 이 영화는 꽤 무겁습니다. 공장 폐수로 삶의 터전을 잃은 해녀들, 생계를 위해 시작한 밀수가 결국 사람을 잡아먹는 구조, 그 와중에 또 한탕을 노리는 남자들까지. 그런데 막상 영화를 보면 톤이 꽤 가볍게 느껴집니다. 그래서 그런지 김혜수의 능청스러운 연기와 빠른 편집, 타이밍 좋은 대사 덕에 웃다가도 문득 “근데 이 사람들 다 벼랑 끝에 있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뒤늦게 따라오는기도 합니다. 어떤 관객은 이 간극이 장점이라고 말하고, 또 어떤 쪽은 “이 정도 현실이면 조금 더 씁쓸하게 가져갔어야 하는 거 아닌가”하며 아쉬워하는 평도 많습니다.
평가와 개인적인 여운
평가와 개인적인 여운 – 언니들이 끌고 가는 여름 장르물
흥행은 514만 관객 정도로, 코로나 이후 한국 상업영화 기준으로는 꽤 성공적인 편에 속합니다. 해외 리뷰들에선 “여성 중심 크라임 액션으로서 신선하다”는 호평과 함께, 러닝타임에 비해 조연 서사가 얇다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깊은 여운을 남기는 작품이라기보다는, 여름에 에어컨 빵빵한 극장에서 2시간 정도 가족들과 시원하게 즐기기 좋은 영화 쪽에 가깝다고 느껴집니다. 그래도 마지막에 바다를 등지고 선 해녀들의 뒷모습을 보고 있으면, 이 여자들은 그래도 또 어떻게든 살 길을 찾겠지? 하는 묘한 믿음 같은 게 생깁니다. 완벽하진 않지만, 해녀와 밀수라는 소재에 이 정도 돈과 배우를 쏟아부어 만든 상업영화가 존재한다는 것 자체 꽤 반가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