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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높은 풀 속에서> 줄거리, 주요 출연진, 개인적인 감상

by 라파닛시 2025. 11. 24.

넷플릭스에서 뭐 볼까 하다가 그냥 눌렀던 영화 [높은 풀 속에서] 를 리뷰해 볼까 합니다. 제목도 애매하고 포스터도 그다지 기대가 안 돼서, 솔직히 설거지하면서 틀어놔야지 정도의 마음으로 재생했는데, 어느 순간 그릇은 싱크대에 그대로 두고 화면에만 집중하고 있는 제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무서워서 비명을 지를 정도는 아닌데, 보고 나면 기분이 이상하게 꺼끌꺼끌해지는 그런 타입의 영화입니다.

 

영화<높은 풀 속에서> 줄거리

줄거리 요약: 나가려고 할수록 더 깊어지는 풀밭

이야기는 차를 타고 가던 남매가 한 아이의 울음소리를 듣는 장면에서 시작합니다. 길가 옆에 끝이 안 보일 정도로 풀숲이 펼쳐져 있고, 안쪽 어딘가에서 도와달라는 목소리가 들립니다. 그냥 지나치기에는 찝찝한 나머지 둘은 별 생각 없이 풀밭 안으로 들어가고 맙니다. 문제의 시작은 여기서부터입니다. 안쪽에 있는 풀은 사람 키보다 훨씬 높고, 방향 감각을 금방 망가뜨려 놓았습니다. 분명 바로 옆에서 대화를 나누던 사람이 어느새 전혀 다른 방향에서 목소리가 들리고, 손을 뻗으면 잡힐 것 같은데 끝내 서로를 못 찾는 일이 벌어집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단순히 미로에 갇힌 이야기처럼 보이는데, 영화는 여기서부터 시간을 꼬기 시작합니다. 같은 대사가 살짝 다른 톤으로 반복되고, 방금 전 장면에서 죽은 사람이 몇 분 뒤에 멀쩡한 얼굴로 나타는 둥, 이상한 현상이 일어납니다. 중간쯤부터는 줄거리보다도 “이게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는 구조지?” 하는 궁금증 때문에 계속 보게 됩니다. 그 와중에 주인공을 따라 나도 헷갈려서 잠깐 영화를 멈추고 재생 바를 보면, 아직도 30분이나 남아있는 이상한 경험을 하게 될 것입니다.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체감 시간이 길게 느껴지는 영화입니다.

주요 출연진

인물과 분위기: 넓은 들판인데 답답하다

솔직히 말하면 남매 캐릭터는 크게 매력적이지 않습니다. 사연이 없는 건 아니지만, 깊게 파고들기보다는 계속 풀 사이를 헤매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그 대신 분위기를 잡아주는 건 정체불명의 아이와 그 아이의 아버지입니다. 아이는 얼굴만 보면 평범한 초등학생이지만, 입에서 나오는 말들이 하나같이 불길한 느낌을 줍니다. 아버지는 시간이 지날수록 눈빛이 뒤집히고, 풀밭보다 더 무서워지기도 합니다. 가장 인상적인 건 공간감입니다. 화면을 가득 채우는 풀들이 계속 바람에 흔들리는데도 전혀 시원하지가 않습니다. 공기 자체가 눅눅한 느낌입니다. 영화 보는 중간에 답답한 마음에 창문을 열었습니다. 바람이 들어오니 그제야 현실로 돌아온 기분이 들었습니다. 순간 “아 맞다, 나 지금 집 거실에 있었지.” 하는 안도감이 밀려오는 게 꽤나 무서운 경험이었습니다. 그리고 풀밭 한가운데 놓인 커다란 돌은 영화 내내 모든 일의 시작이자 끝처럼 계속 등장합니다. 누군가에게는 신이고, 누군가에게는 저주고, 누군가에게는 그저 선택의 핑계일 뿐인 것 같은 존재. 시간도, 사람도, 결국 이 돌 주변을 빙빙 도는 느낌이 듭니다. 끝까지 자세한 설명이 나오지 않는데, 그래서인지 괜히 더 꺼림칙한 느낌을 줍니다.

개인적인 감상

개인적인 감상: 악몽을 논리로 설명하려고 하면 지는 게임

「높은 풀 속에서」는 끝까지 친절해지지 않는 영화입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이 사람들이 뭘 잘못해서 이런 벌을 받는 건지, 명확하게 정리해 주지 않습니다. 그래서 보고 나면 “그래서 결론이 뭐야?”라는 생각이 먼저 드는 사람도 분명 있을 것입니다. 저도 처음엔 그랬습니다. 크레딧 올라갈 때까지 핸드폰 안 찾다가, 엔딩 직후에 바로 검색창에 제목 치고 해석 글을 찾아봤으니까요. 그런데 몇 시간 지나고 나니까, 차라리 이 불친절함이 이 영화의 정체성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악몽을 깨고 나서 “저게 논리적으로 말이 되냐” 하고 따지는 사람은 거의 없지 않습니까? 그냥 이상했고, 찝찝했고, 그래서 다음 날까지 기분이 안 좋을 뿐. 이 영화가 딱 그런 식입니다. 인물들의 행동도 현실적으로 보면 답답하고 멍청해 보이는데, 꿈속의 내가 늘 그렇듯이 이상하게 납득이 되는 영화입니다.
연출은 넷플릭스 공포 중에서는 나름 괜찮은 편에 속하는 것 같습니다. 갑툭튀 장면이 아주 많은 건 아니지만, 풀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는 카메라나, 서로를 부르는 목소리만 들리는 롱숏들이 은근히 신경을 갉아먹습니다. 불 끄고 이어폰 끼고 봤더니 뒤에서 누가 같이 숨 쉬는 것 같아서 중간에 두 번 정도 일시정지 누르고 물 마시러 갔다 왔습니다. 혼자 보는 사람이라면 조명은 살짝 켜 두는 걸 추천합니다.

정리하자면, 「높은 풀 속에서」는 시원하게 무섭다기보다 “도대체 뭐였지, 방금?” 하게 되는 기분을 남기는 공포영화인 것 같습니다. 이야기가 깔끔하게 떨어지진 않아서 답답할 수도 있지만, 그 어정쩡한 여운이 오히려 이 영화만의 맛 같습니다. 높은 풀 사이에서 길을 잃고 빙빙 돌던 사람들처럼, 관객도 명확한 답 없이 이상한 불편함을 안고 침대로 가게 됩니다. 명쾌한 서사와 해답을 좋아한다면 다른 작품을 고르는 게 좋겠지만, 기분 나쁜 악몽 하나를 새로 추가하고 싶은 날이라면 한 번쯤 재생 버튼을 눌러 볼 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