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멘: 저주의 시작] 은 1970년대 로마, 예비 수녀의 신앙이 어떻게 공포로 무너지는지 끝까지 밀어붙이는 영화입니다.
영화 오멘:저주의시작 줄거리
줄거리 요약 – 1971년 로마, 수녀 지망생이 마주한 악몽
이야기의 무대는 1971년 로마의 한 고아원입니다. 미국에서 온 예비 수녀 마거릿은 정식 서원을 앞두고 고아원에서 아이들을 돌보게 됩니다. 겉으로는 자비와 봉사의 공간인데, 조금만 들여다보면 어딘가 삐걱대는 지점들이 보입니다. 수녀들은 비밀스러운 대화를 나누고, 소녀 카를리타 주변에서는 설명되지 않는 불길한 일들이 계속 이어집니다. 마거릿은 악몽과 환각에 시달리면서, 이곳이 단순히 문제 많은 보육시설이 아니라 ‘적그리스도’를 잉태시키려는 교회의 음모 한복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6월 6일 6시에 태어날 아이, 몸 어딘가에 새겨진 666의 표식, 그리고 믿음을 이용해 악을 만들어내려는 어른들의 얼굴. 줄거리는 전형적인 오컬트 클리셰를 따르면서도, 수녀가 되려던 한 여자의 시점에 집중해 꽤 설득력 있게 쌓아갑니다.
영화 연출
몸과 신앙 – 여성의 몸을 둘러싼 종교 공포
이 영화가 가장 많이 언급되는 이유는 아무래도 ‘여성의 신체‘ 때문인 것 같습니다 임신과 출산, 여성의 몸을 그저 그릇으로만 취급하는 종교 권력의 폭력을 노골적으로 보여주는데, 이게 단순한 충격용 장면이 아니라 전체적인 주제와 잘 맞물려 있습니다. 실제로 해외 평들에서도 여성의 신체 통제와 종교, 조직적 착취를 다룬 공포물이라는 평이 많습니다. 화면도 그에 맞게 거칠고 불편합니다. 어두운 수도원 복도, 낡은 병원 침대, 피와 양수가 뒤섞인 분만 장면이 꽤 길게 이어져 폐쇄공포증을 유발합니다. 여기서 한 번 나갔던 관객도 분명 있었을 거라고 봅니다. 저도 중간에 괜히 여러번 자세를 고쳐 앉으며 인상을 쓰고 있었습니다.
캐릭터와 연기 – 믿음과 공포 사이에 서 있는 마거릿
배우들의 연기도 이 불편함을 끝까지 밀어붙이는 데에 한몫합니다. 마거릿을 맡은 넬 타이거 프리는 믿음과 공포 사이에서 갈라지는 표정을 아주 세세하게 보여줍니다. 처음에는 순한 수녀 지망생처럼 보이다가, 음모의 실체에 가까워질수록 눈빛이 점점 낯설게 변하는 게 포인트죠. 브레넌 신부 역의 랠프 아이넨슨은 특유의 저음 목소리와 묵직한 존재감으로, 관객에게까지 경고를 던지는 느낌입니다. 실바 수녀, 로런스 추기경 같은 인물들도 대사보다 태도와 분위기로 더 많은 것을 보여줍니다. 누가 선이고 누가 악인지 쉽게 단정할 수 없는 회색 지대가 영화 내내 계속 유지됩니다.
연출과 분위기 – 1970년대 로마를 배경으로 한 수녀 호러
연출 면에서는 1970년대 로마 풍경을 꽤 공들여 재현했다는 인상이 강합니다. 정치 시위로 소란스러운 거리, 낡았지만 장엄한 성당, 로마 골목의 습한 공기 같은 것들이 세트와 로케이션을 섞어 잘 살아 있습니다. 원작 <오멘>이 영국 상류층 가정의 불길함에 집중했다면, 이 영화는 가톨릭의 심장부 한복판에서 벌어지는 음모라는 점을 시각적으로 강조합니다. 시대극 특유의 촌스러움을 일부러 살려서, 지금 기준으로는 살짝 낡아 보이는 색감이 오히려 악몽 같은 분위기를 한층 더 더해 줍니다.
공포 연출은 비교적 클래식한 편입니다. 점프 스케어도 있고, 고어도 꽤 있지만, 진짜 무서운 건 분위기입니다. 종교 의식 노래와 군중의 환호가 뒤섞인 장면, 정치 시위와 교회의 그림자가 한 화면에 겹쳐지는 장면에서 이 영화가 말하고 싶은 “악은 어디서 만들어지는가”라는 질문이 드러납니다. 장면 자체는굉장히 묘하지만, 정작 카메라는 큰일이 터진 뒤 남겨진 사람들의 얼굴을 허공에 오래 띄워두는 식이라 여운이 길게 남습니다. 다만 후반부로 갈수록 프랜차이즈 규칙을 맞추기 위해 설명이 늘어나면서, 초반의 미스터리한 기운이 조금 약해지는 건 아쉬웠습니다.
개인적인 리뷰
평가와 개인적인 감상 – 쉽게 잊히지 않는 프리퀄
평단 반응을 보면, 생각보다 훨씬 공들여 만든 프리퀄이라는 평가가 압도적입니다. 메타크리틱에서도 60점대 중반 정도로, 나쁘지 않은 점수를 받았다. 반대로 관객 평점은 다소 갈리는 편인데, 마케팅에서 밀던 ‘정통 오컬트 공포’ 이미지보다 실제 영화는 훨씬 날것의 바디 호러에 가깝기 때문인 듯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저는 오멘 시리즈를 잘 모르는 사람도 이 영화 하나만으로 충분히 따라갈 수 있다고 느꼈습니다. 다만 가톨릭 이미지와 임신, 출산 공포에 민감하다면 마음 단단히 먹고 보는 게 좋겠습니다.
정리하자면, <오멘: 저주의 시작>은 “악마의 아이는 원래부터 악이었을까”라는 질문을 거꾸로 던지는 영화입니다. 악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게 아니라, 믿음을 빌미로 사람 몸과 삶을 마음대로 쓰려 드는 어른들의 손에서 만들어진다는 것. 호불호는 꽤 갈리겠지만, 최소한 한 번 보고 나면 쉽게 잊히지 않는 타입의 공포 영화였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극장에서 보기보다는, 스트리밍으로 밤에 불 끄고 천천히 보기 좋은 작품에 가깝다고 느꼈습니다. 보고 나면 잠깐이라도 교회 첨탑과 수녀복이 예전과는 조금 다른 느낌으로 보일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