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 퍼스트 슬램덩크> 줄거리
줄거리 – 산왕전, 한 번 본 경기의 완전히 다른 얼굴
[ 더 퍼스트 슬램덩크] 는 인터하이에서 왕자산이라 불리는 최강 팀 산왕공고와 전국 무명에 가까운 북산이 맞붙는 마지막 경기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영화는 스코어를 따라가는 대신, 주인공 미야기 료타의 어린 시절과 형 소타의 그림자속에서 계속 왔다 갔다하는 식의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어릴 때부터 바다와 농구를 함께 나누던 형, 그리고 갑작스러운 사고. 그 이후로 료타가 농구를 대하는 태도, 엄마와의 관계, 자기 자신을 보는 시선이 어떻게 틀어졌는지를 짧은 플래시백과 현재 경기를 교차 편집하면서 계속 보여줍니다. 경기가 후반 클러치로 갈수록 이 과거 장면들이 점점 더 강하게 파고들어서, 이미 알고 있던 결말이 전혀 다른 감정으로 다가온다는 게 이 영화의 묘한 지점입니다.
영화 연출
연출과 애니메이션 – 논란 많던 CG, 막상 보면 이해되는 부분
처음 예고편이 나왔을 때, 3D를 기반으로 한 CG 애니메이션에 대한 거부감이 꽤 크게 느껴졌습니다. 기존 TV 시리즈의 손맛 나는 2D 작화를 기대했던 사람들에겐 낯설 수밖에 없을지도 모릅니다. 실제 영화에서의 작화는 3D 위에 2D 느낌의 셰이딩을 입힌 스타일인데, 확실히 몇몇 클로즈업에서는 어색하게 느껴지는 순간도 있는 있습니다. 그래도 경기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코트를 가로지르는 속도감, 카메라가 선수들을 따라 회전하며 들어가는 돌파 장면, 공이 림을 맞고 튀어나오는 궤적 같은 것들이 기존 TV판에선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현실적인 리듬을 가집니다. 농구라는 스포츠가 가진 몸의 움직임을 살리기 위해선 이 방식밖에 없었겠구나, 라는 생각이 중반쯤부터 슬슬 들기 시작하면서 점점 더 영화에 몰입하기 시작할 겁니다. 연출과 애니메이션 – 논란 많던 CG, 막상 보면 이해되는 부분
캐릭터
캐릭터 – 한 번씩 옆으로 비켜주는 시선들
주인공인 료타가 중심이지만, 다른 북산 멤버들도 완전히 뒤로 빠지는 건 아닙니다. 원작 주인공인 사쿠라기, 루카와, 그리고 아카기도 경기 안에서 각자의 순간을 가집니다. 다만 만화를 그대로 옮긴 것처럼 길게 설명하진 않고, 짧은 컷과 행동, 표정으로만 지나가지만요. 원작을 재미있게 본 팬이라면 이 점이 아쉬운 사람도 분명 있을 겁니다. 반대로 “이미 우리는 이 캐릭터들을 알고 있다”는 전제를 깔고, 굳이 반복 설명을 하지 않는 태도가 더 멋있다고 느껴지는 지점도 있습니다. 특히 마지막 작전 타임에서, 서로 눈빛만 주고받고 자기 역할을 알아서 이해하는 장면은 원작 팬이라면 괜히 가슴이 한번 쿵 내려앉는 순간이었습니다.
팬 반응
팬 반응과 호불호 – “이게 슬램덩크냐” vs “그래서 슬램덩크다”
관객들의 평가를 보면 확실히 갈리는 지점이 있습니다. 한쪽에서는 “왜 주인공이 강백호가 아니냐”, “명대사와 명장면이 너무 많이 잘려 나갔다”는 불만이 나왔습니다. 또 다른 쪽에서는 “원작 슬램덩크를 그대로 붙여넣는 대신, 지금 시점에서 할 수 있는 이야기를 꺼냈다”는 말도 나왔습니다. 만화를 보고 자란 세대가 중년이 된 시점에서, ‘언젠가부터 꿈과 열정 대신 생존과 타협에 더 익숙해진 우리’에게 료타라는 캐릭터가 더 가까이 다가온다는 반응도 많았습니다. 저 역시 후자 쪽에 가까웠습니다. 물론 만화 속 대사들을 한 번 더 극장에서 듣고 싶었던 아쉬움은 있지만, 그런 욕심을 다 비워낸 선택이었기에 이 영화가 좀 더 단단해졌다고 느껴졌습니다.
정리하자면,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완벽하진 않아도 아주 뚜렷한 선택을 한 영화입니다. 산왕전이라는, 모두가 결말을 알고 있는 경기를 다시 꺼내면서도, 다른 인물의 시선과 다른 리듬으로 완전히 새 이야기를 만듭니다. 처음엔 “ 또 추억팔이식 영화가 나왔군” 하며 영화를 시청하다가,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땐 오히려 그 추억을 현재 진행형으로 다시 꺼내준 느낌이라 뭉클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농구를 좋아했던 사람, 만화를 찢어지도록 읽었던 사람, 혹은 그냥 어릴 적에 뭔가에 미쳐 본 기억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볼 만한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코트 위에서 숨을 몰아쉬는 다섯 명을 보고 있으면, 어느새 관객석이 아니라 그들과 같은 시간에 서 있는 기분이듭니다. 그게 이 영화가 가진 가장 큰 힘이 아닐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