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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영화<사라진 소녀들> 줄거리,인상적인 대목,개인적인 리뷰

by 라파닛시 2025. 12. 12.

영화<사라지 소녀들> 줄거리

넷플릭스 영화 [사라진 소녀들(Lost Girls)] 은 처음부터 화려한 연출로 잡아끄는 타입의 영화는 아닙니다. 대신 보는 사람을 흐릿한 추운 회색 공기 속으로 꾸역꾸역 밀어 넣는 그런 영화입니다. 롱아일랜드의 주택가에서 사라진 딸을 찾기 위해 스스로 사건을 파고드는 엄마, 그리고 오랫동안 방치된 여성 살인 사건들. 이게 전부 실화에 기반한 이야기이고, 실제로 롱아일랜드에서 성 노동자들을 노린 연쇄 살인이 벌어졌다는 걸 알고 보는 순간부터 마음이 한 번 더 내려앉습니다.
겉으로 보기엔 그저 ‘미해결 연쇄 살인 사건을 쫓는 수사 스릴러’ 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영화가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건 범인의 정체가 아니라, “왜 그 누구도 이 여자들을 온전한 사람으로 대하지 않았는가” 하는 질문입니다. 경찰, 언론, 동네 사람들까지 모두, 피해자들이 성 노동자라는 이유로 모두가 한 발짝씩 물러나 이 사건을 방치합니다. 그리고 그 거리를 메우기 위해 주인공 메리 길버트가 혼자서 소리를 지르며 뛰어드는 그런 슬픈 영화입니다.

스릴러 같지만, 사실은 분노의 기록

이야기의 중심에는 딸 샤넌이 사라진 뒤, 경찰의 무심함과 편견에 맞서 싸우는 엄마 메리 길버트가 있습니다. 에이미 라이언은 화장기 거의 없는 얼굴로, 늘 잠을 못 잔 사람 같은 표정을 하고 영화에 등장합니다. 그런데 그 지친 얼굴에서 나오는 분위기가 압도적입니다. 그냥 걱정 많은 엄마가 아니라, “이대로 포기하면 아무도 이 애들을 기억해 주지 않는다”는 걸 아는 사람의 집착에 가까운 모성를 보여주죠.
경찰은 피해자들이 성 노동자라는 이유로 수사를 미루고, 언론은 그들을 자극적인 헤드라인에 쓸 수 있는 재료 정도로만 소비합니다. 영화가 카메라를 붙잡고 따라가는 건 범인도, 현란한 트릭도 아닙니다. 엉성하고 편견 가득한 수사 시스템을 향해, 메리가 계속해서 “왜 제대로 하지 않느냐”고 되묻는 장면들이 등장합니다. 그래서 서스펜스가 막 소름 돋게 치솟는다기보다는, 조용히, 영화를 따라가며 관객들에게 무거운 마음이 들게끔 만들어 줍니다. 큰 반전이나 폭발적인 클라이맥스를 기대하신다면 허무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크레딧이 올라갈 즈음에는 “이게 다 실화였지”라는 생각이 뒤통수를 탁 치고 지나가게 될 겁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건 한겨울 바닷가를 뒤지는 장면이었습니다. 화면이 특별히 잔혹한 것도 아닌데, 발밑에서 부서지는 자갈 소리랑 멀리서 들리는 파도 소리가 이상하게 불길하게 느껴집니다. 그 장면을 볼 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만약 내 가족이 저 차가운 어둠 어딘가에 놓여 있다면, 나도 저렇게 모든 걸 내팽개치고 저길 뛰어다니겠지. 영화가 대놓고 슬픈 장면을 넣고 강요하지 않아도, 관객이 스스로 분노와 무력감을 꺼내 보게 됩니다. 그래서 러닝타임 내내 마음이 편안해지는 순간이 거의 없는 그런 영화죠.

이 작품을 전형적인 ‘수사물 스릴러’를 기대한 관객이라면 조금은 건조하고, 느리게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실종된 소녀들 각자의 사연을 깊게 파고들기보다는, 메리와 경찰, 지역 사회 사이의 줄다리기를 따라가다 보니, 감정선이 뭉툭하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인물 감정을 섬세하게 따라가며 몰입하는 스타일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살짝 아쉬울 수 있는 지점입니다. 그럼에도 감독은 일부러 감정을 절제한 거리 두기를 택합니다. 울부짖는 오열 대신 침묵을 길게 잡고, 친절한 설명 대신 허공과 빈 자리를 비추는 선택을 합니다. 이 담담함이 이 영화의 힘이자, 동시에 호불호가 갈릴 만한 포인트처럼 느껴집니다. 

인상적인 대목

<사라진 소녀들>이 가장 인상적인 대목은 ’해결‘ 보단 ’기억‘을 택한 점이다. 실제 롱아일랜드 사건은 1990년대 초부터 2010년대까지 이어졌고, 영화가 공개되던 시점에도 많은 부분이 미제로 남아 있습니다. 작품은 이를 영화적 허구로 깔끔하게 봉합하지 않습니다. 범인을 극적으로 추격해 체포하는 장면을 보여주지도 않죠. 대신 희생자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화면에 올려, 그들이 단지 숫자나 통계가 아니라 각자의 삶을 갖고 있던 사람이라는 사실을 강조합니다. 실제 사건의 유력 용의자가 영화 공개 몇 년 뒤인 2023년에야 체포됐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다시 한번 씁쓸한 기분을 느끼게 되죠. 

엔딩 크레딧이 다 올라가고 나서도, ‘이 이야기가 정말 끝난 걸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잘 가시지 않았습니다. 실화를 다루는 영화가 어디까지 개입하고 어디서 멈춰야 하는지, 그 최소한의 윤리를 비교적 잘 지켜낸 작품이라는 느낌이 남았습니다. 장르적 재미를 완전히 버리진 않으면서도, 결국에는 피해자와 유가족 쪽에 카메라를 건네 주는 방식이라고 할 수 있겠죠.

개인적인 리뷰

저 같은 경우엔 넷플릭스에서 그냥 이것저것 넘기다가, 포스터만 보고 가볍게 눌렀다가 밤늦게까지 내리 보게 되었습니다. 자극적인 반전을 찾는 날보다는, 세상이 외면한 사건 뒤에 남겨진 사람들의 얼굴을 한 번쯤 제대로 마주 보고 싶을 때, 조용히 틀어놓기 좋은 영화입니다. 보고 나면 자연스럽게 검색창에 실제 사건과 기사들을 찾아보게 되는데, 아마 그 순간 이미 이 영화가 할 일을 어느 정도는 해낸 셈일 것입니다.